섬마을 의사로 인생 2막 —- 70세 정우남 ‘행복의원’원장

섬마을 의사로 인생 2막 … 마음의 빚 갚아야죠

[중앙일보] 입력 2013.09.18 00:22 / 수정 2013.09.18 00:22

70세 정우남 ‘행복의원’원장
미국서 30여 년 청진기 들다
은퇴 귀국 후 재능나눔의 삶
부인은 ‘준 원어민 교사’역

30여 년 미국 의사 생활을 접고 전남의 작은 섬마을로 온 ‘행복의원’ 정우남 원장(오른쪽)이 부인 박성자씨, 섬 아이들과 함께 바닷가에 섰다. 소아과 전문의인 정 원장은 “친손자 셋 말고 수많은 손주들이 생겼다”며 웃었다. [프리랜서 오종찬]

아이 진료비로 달랑 500원만 내고 가기가 미안해서였을까. 섬 주민들은 의사에게 수시로 고구마·호박·가지 같은 농산물을 건넸다. 떡을 해오는 주민도, 치료를 받고 난 뒤 갯벌에 나가 조개와 바지락을 캐서 들고 온 아이도 있었다. 퇴근해 식사하는 중에 집 초인종이 울리기도 한다. ‘혹시 급한 환자가 생겼나’하는 생각에 뛰어나가 보면 주민이 머리를 긁적이며 우럭 같은 생선을 들이밀곤 했다. “거시기, 머시냐, 시방(지금 막) 잡은 싱싱헌 것이구만요. 선상님 맛 좀 보시라구….”

 의사는 말했다. “고구마든 생선이든 받기가 참 미안합니다만, 정을 담아 주는 걸 거절하기는 더 미안해서 받습니다.”

 소아과 전문의 정우남(70)씨. 그는 전남 완도에서 1시간을 가야하는 섬 노화도 보건지소에서 일한다. 공식 직함은 ‘행복의원’ 원장이다. 2011년 10월 이 섬마을에 들어 와 어린이들 건강지킴이로 활동 중이다.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40년 전인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현지에서 가정의학과·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자격을 딴 뒤 텍사스주 휴스턴 등지에서 병원을 운영했다.

 2005년 62세에 은퇴를 했다. 평소 품고 다니던 “아픈 사람들이 돈 걱정 없이 치료받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였다. 미국 병원은 역시 소아과 전문의인 장남에게 물려줬다.

 그렇게 ‘나누는 삶’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처음 6년은 조선족이 많이 다니는 중국 옌볜(延邊) 과기대 의무실장으로 일했다. 임기를 마칠 즈음 전라남도가 낙도에서 일할 은퇴 의사를 찾는데, 지원자가 한 사람도 없다는 소식을 접했다. 조건은 월 급여 200만원과 숙소 제공이었다.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의술을 한국에서 배웠는데도 한국 환자를 돌보지 않았던 게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제게 빚을 갚을 기회가 주어진 거죠.”

 진료비를 500원만 받는 ‘공공의료 서비스’란 점 또한 정 원장의 마음에 쏙 들어왔다고 했다. 그렇게 정 원장은 전남도가 실시한 의료서비스 ‘행복의원’의 1호 의사가 됐다. 그는 또 전남도에 사람이 사는 약 300개 섬에서 단 하나뿐인 소아과 전문의이기도 하다.

 그가 부임한 노화도는 섬이지만 양식업이 발달해 인구가 많다. 인근 보길도·소안도까지 합치면 주민 1만여 명에 어린이는 1500여 명이다. 정 원장이 오기 전까지 아이들이 아프면 치료를 받기 위해 배를 타고 완도나 해남으로 나가야만 했다.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가 아플까봐 늘 노심초사했다.

 그런 걱정거리는 정 원장이 오면서 사라졌다. 환자를 돌보는 방식도 남달랐다. 한 명을 놓고 20~30분씩 꼼꼼히 살핀다. 주민 황후남(36·여)씨는 “처음엔 무조건 ‘약만 지어 달라’ ‘후딱 주사 놔주지, 왜 이리 오래 보느냐’면서 역정을 내는 엄마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내 주민들은 그런 진료가 친손주 살피듯 하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 지금까지 정 원장이 치료한 어린이가 연 2000여 명. 정 원장은 “친손자 셋 말고 수많은 손주들이 생긴 셈”이라며 웃었다.

 정 원장의 부인 박성자씨 또한 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오래 생활한 그는 ‘준 원어민 교사’ 역할을 한다. 토요일이면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교실에 나가고,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수업이 끝난 중학생들을 교회로 불러 영어를 가르친다. 전남도 배양자 보건복지국장은 “재능 나눔을 하는 정 원장님 부부야말로 아름다운 황혼의 주인공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표상”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오히려 내게 기쁨을 주는 섬 주민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공기 좋은 곳에 살면서 일하는 기쁨과 봉사의 보람까지 느낄 수 있으니 1석3조 아닙니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섬에서 환자를 돌보면서 주민과 아이들의 친구로 남고 싶습니다.”

노화도=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목욕 1시간씩 하던 엄마, 치매인 줄 모르고… 이 못난 딸은 화만 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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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24 02:55

[20] 치매 앓다 하늘로 간 엄마… 방송인 문영미의 思母曲

- 아흔 넘고도 꼼꼼했던 엄마인데…
목욕했는데 정수기 물로 씻고 라면 6개나 끓여서 다 불기도

- 폐 안 끼치겠다고 기도한 분인데…
한 번이라도 살갑게 말해볼 걸… 누구도 이런 후회는 안 했으면

 

“치매라는 걸 알고서도 엄마가 이상행동을 하면 ‘왜 그래! 그러지 마!’라고 소리 지르고 구박도 많이 했어요. 답답한 마음에 그랬는데…. 지금은 너무 후회돼요. 너무 미안하고.”

1972년 코미디언으로 데뷔해 지금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문영미(60)씨의 어머니 정옥순(96)씨는 올 2월 세상을 떠났다. 문씨와 둘이서 30년 가까이 함께 살았던 어머니는 3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었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마시자 집안일만 하던 어머니는 행상에 나서 1남3녀를 키웠다. 문씨는 “말이 없고 자기 관리가 확실한 분이었다”며 “항상 새벽 5시 전에 일어나셨고, 가족이 다 잠든 후에 주무셔서 어렸을 때 어머니가 주무시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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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문영미씨가 22일 서울 당산동 집에서 3년 전부터 치매를 앓다 올해 2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뒤에 놓인 문씨와 어머니가 함께 찍은 사진에서 어머니는 활짝 웃고 있다. 문씨는 “제일 아끼는 사진”이라며 “원래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 엄마인데 (사진에서) 활짝 웃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br />

 
방송인 문영미씨가 22일 서울 당산동 집에서 3년 전부터 치매를 앓다 올해 2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뒤에 놓인 문씨와 어머니가 함께 찍은 사진에서 어머니는 활짝 웃고 있다. 문씨는 “제일 아끼는 사진”이라며 “원래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 엄마인데 (사진에서) 활짝 웃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고기가 먹고 싶다고 조르면 아무 말씀 없으시다가 사흘 뒤쯤 밥상에 고기가 조금 올라오는 식이었어요. 꼭 필요한 말씀만 하셨고 언제나 자식들을 위해 당신이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셨지요.” 매사에 철저했던 어머니는 아흔이 넘도록 정정했다. 온종일 집에서 성경책을 읽었고, 집 주변을 산책했다. 문씨가 방송에 나오는 걸 보면 “우리 딸 나오네”라고 한마디 하고는 말 없이 TV를 봤다. 문씨는 “딸이 코미디언이라 개그 프로그램에 그렇게 많이 나왔는데 우리 엄마는 끝까지 보면서도 한 번 웃지를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 어머니가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건 3년 전부터다. “절약하며 사신 분이 갑자기 매일 1시간 넘게 목욕을 해요. 그러고는 밖에 나와서 정수기 물을 받아서 몸을 헹궜어요.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수돗물보다 (정수기 물이) 더 깨끗하잖아’라고 했어요.”

이뿐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5∼6시간씩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일이 잦았다. 문씨가 들어가 보면 이불을 반듯하게 정리하는 일을 몇 시간 동안 계속하고 있었다. 이불을 정리한 후엔 방바닥에 있는 먼지를 하나씩 열심히 손으로 주워담았다. 문씨는 “깔끔했던 성격이 치매 증상으로 더 심하게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평생 라면을 안 먹던 어머니는 라면을 5∼6개씩 끓여놓기도 했다. 문씨가 방송일을 다녀오면 그릇 6개에 각각 따로 끓인 퉁퉁 불은 라면이 담겨 있었다. “이게 대체 뭐야”라고 화를 내는 문씨에게 어머니는 “내 거랑 네 거랑 아침·점심·저녁에 먹을 라면 끓여놨다”고 했다. 문씨는 “어렸을 때 라면을 끓여주면서도 엄마는 한 젓가락도 안 드셨다”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옛날부터 우리 엄마가 사실은 라면을 많이 먹고 싶었나 보다. 그때 못 먹은 게 아쉬워서 그렇게 라면을 끓였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치매 진단을 받은 후 어머니는 치료약을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먹었다. 30일치 약을 갖고 오면 정확히 30일 후에 마지막 약봉지를 뜯을 정도였다. 문씨는 “어머니가 나이 드신 후에는 항상 ‘자식에게 폐 끼치지 않고 살다 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셨다”며 “병에 걸리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무슨 약인지도 모르면서 ‘엄마 약’이라고 하면 열심히 드셨다”고 말했다.

문씨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한 번도 살갑게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은 게 가장 후회스럽다고 했다. “항상 심하게 화만 냈어요. 사실 치매 환자치고는 우리 엄마 증상은 별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강직했던 엄마가 치매에 걸려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문씨는 “뒤늦게 치매에 대해 조금 알게 됐는데, 치매 환자를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에게 화를 내지 말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라’는 것이었다”며 “나는 정말 너무 못난 딸이었다”고 말했다. 문씨는 2년 전부터 여러 병원에서 호스피스로 봉사 활동을 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 중단했다.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문씨는 최근 어머니와 함께 살던 집을 내놨다. 금방이라도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나올 것만 같아서다. 생전에 어머니가 쓰던 방엔 영정 사진과 성경책만 놓여 있다. 문씨는 “한 번도 자식들한테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셨던 어머니가 아흔이 넘어 왜 갑자기 치매에 걸리셨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며 “치매에 걸린 것 자체가 아마 자식들한테 처음으로 손을 내민 게 아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내가 그 손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저처럼 이런 후회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화장실 바깥서 소변 보면… 이동식 변기 놓고, 밥에 毒 탔다고 의심하면… 밥을 같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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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24 02:55 | 수정 : 2013.07.24 03:28

치매 환자 상황별 대처 요령… ‘치매 정보 365′서 확인 가능

 

“치매가 무엇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누군가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습니다.”

본지 특별취재팀이 만난 치매 환자와 그 가족 100여명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다. 치매 환자가 50만명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치매 환자와 가족은 치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치매 정보에 대한 국민의 갈증을 풀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최근 해법을 내놓았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치매에 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치매 정보 포털 사이트 ‘치매 정보 365′(www.edementia.or.kr)를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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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환자 상황별 대처 요령 정리 표<br />

 

 

치매 정보 365 사이트의 대표 항목은 ‘치매 대백과’다. 치매 대백과 항목에는 치매와 뇌에 관한 지식, 치매 진단과 치료법 등 치매에 관한 모든 정보가 소개돼 있다. 치매 정보 365의 장점은 이론 지식뿐 아니라 실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식사, 배설, 목욕, 옷 입히기 등에 대한 행동 요령까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침상에서 휠체어로 (환자) 옮기기’에 대해서는 ▲치매 환자의 발이 바닥에 닿도록 침상 높이를 낮춘다 ▲침상과 가깝고 평행하게 휠체어를 놓는다 ▲환자의 체중을 앞발에서 뒷발로 옮기면서 다리와 팔의 관절을 구부려 바퀴의자로 몸을 낮춘다 등 행동 요령이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돼 있다.

치매에 걸린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주부 최모(52)씨는 “우연히 치매 정보 365 사이트를 접하게 됐다”며 “어머니를 돌보면서 겪는 문제에 대한 해법이 사이트에 상세하게 나와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치매 정보 365에는 ‘상담실’도 마련돼 있다. 상담실은 매일 치매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치매 전문 의사, 간호사와 치매에 관한 궁금증이나 고민을 상담하는 공간이다. 홈페이지가 개설된 지 채 두 달이 안 됐지만, 이미 150여명이 전문가 상담을 받았다.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 임을기 과장은 “치매 정보 365에는 정부의 치매 지원 정책에 대한 정보도 상세히 안내돼 있다”며 “국민이 치매 정보에 갈증을 느끼지 않도록 앞으로 계속 업데이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치매 환자 5만명, 치매 서포터스(치매 환자 돌보는 봉사자) 16만명… 日 구마모토현의 기적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치매 환자 5만명, 치매 서포터스(치매 환자 돌보는 봉사자) 16만명… 日 구마모토현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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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13 03:01

[19] 치매 서포터스, 6년前 2600여명서 기하급수적 증가

환자 머무는 곳 찾아 목욕봉사, 길 잃은 환자는 경찰서로 안내, 때로는 가족같은 역할 하기도

 

일본 규슈(九州) 중앙부에 위치한 구마모토현(熊本縣)은 지역 주민들의 자원봉사로 치매를 이겨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구마모토현 치매 대책의 핵심은 치매 교육을 받고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을 돕는 이른바 ‘인지증(認知症·치매의 일본 용어) 서포터스’다. 일본 정부와 각 지자체가 ‘치매 바로 알기 운동’의 일환으로 2005~2006년부터 모집해 온 인지증 서포터스는 현재 일본 전역에 410만명에 달한다. 특히 일본 내 43개 현(縣) 중에서 인구 수 열다섯째인 구마모토현(182만명)에 등록된 서포터스 숫자가 16만5800여명으로 가장 많다. 현 내 치매 환자가 5만명 수준임을 감안할 때, 환자 1명당 서포터스 3명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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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9월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인지증 서포터스’300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br />

 
작년 9월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인지증 서포터스’300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구마모토현 제공

 

인지증 서포터스는 치매 환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돌본다. 치매 환자의 집이나 지역 보호시설을 찾아가 목욕 봉사 등을 하고, 길 잃은 치매 환자를 경찰서로 안내하는 일도 한다. 때로는 독거 치매 노인의 가족이 돼주고, 우리의 노인장기요양보험 격인 ‘개호(介護)보험’ 혜택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는 여러 조언도 해준다.

직접 환자를 돌보는 일 외에 이들이 하는 일은 또 있다. 바로 치매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치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를 주변에 알리는 ‘치매 알리미’ 역할이다. 구마모토현 측은 “서포터스가 치매에 대한 주민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치매를 바로 아는 서포터스 숫자가 늘면서 치매 조기 진단·치료 사례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서포터스를 통해 치매 환자를 돌보는 직접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치매 인식 개선에 따른 조기 진단·치료로 총체적인 사회적 비용까지 절감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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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마모토현 '인지증 서포터스' 숫자.<br />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4명 중 1명은 ‘치매 환자’ 또는 인지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도인지장해(輕度認知障害) 환자’에 속한다. 일본 정부는 현재 300만명 수준인 치매 환자가 오는 2035년 445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25.7%)이 일본 평균(23.3%)보다 높은 구마모토현은 2006년부터 인지증 서포터스를 모집해왔다. 현이 직접 나서 ‘인지증 서포터스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서포터스 숫자는 첫해 2682명을 시작으로 해마다 늘어 지금은 16만5000명을 넘어섰다.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국 치매는 정부, 지역사회, 치매 가족이 한마음이 돼야 이길 수 있는 병”이라며 “치매를 알고 이겨내기 위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지역 서포터스가 ‘치매 극복의 전기(轉機)’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대학생 치매 선별사, 경기도, 2000명 목표… 지원자는 520명 남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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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13 03:01

대가 없는 ‘순수 자원봉사’

 

경기도가 지난 5월부터 추진한 ‘대학생 치매 선별사’ 모집 사업의 지원자 수가 당초 목표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지난 5월 국립중앙치매센터와 함께 대학생 치매 선별사를 임명해 도내 60세 이상 어르신들에 대한 치매 조기 검진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초 2000명을 목표로 추진한 이 사업에는 대학생 520명만이 지원했고, 이 중 시험을 보고 수료증을 받은 이는 325명에 그쳤다. 모집 기간을 열흘 연장했지만, ‘순수 자원봉사’인 까닭에 지원자 수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대학생 치매 선별사는 지자체 인력·예산 문제 때문에 제약이 많았던 치매 방문 검진을 본격화하기 위해 기획됐다. 일종의 ‘치매 조기 검진’ 자원봉사 요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치매 환자를 일반인과 구분하는 ‘간이 정신상태 검사(SMMSE-DS)’ 교육을 3시간 이수하고, 평가 시험에서 70점 이상을 받으면 치매 선별사 자격을 얻는다. 치매 선별사의 검진 결과 치매가 의심될 경우, 전문 의료진이 다시 한 번 정밀 검진해 치매 확진을 하고 향후 치료 계획을 세우게 된다.

경기도는 대학생 치매 선별사들과 7∼8월 두 달간 경기도 내 경로당, 치매 센터 등의 60세 이상 어르신 1만여명에 대한 치매 검진을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선별사 수 부족으로 계획을 일부 수정할 계획이다.

경기도 측은 “대학생 치매 선별사를 통해 치매 조기 검진은 물론, 치매에 대한 대중의 잘못된 인식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있다”며 “먼저 선발된 인원과 열심히 활동을 해 나가다 보면 앞으로 더 많은 지원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목욕봉사 25년, 치매 환자에게 색소폰 연주… 환자인 가족은 없지만 땀 흘리는 두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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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13 03:01

-73세 유외조씨의 ‘특별한 목욕’
돌아가신 부모 떠올리며 봉사… 어르고 달래면서도 항상 존중

-68세 안상순씨의 ‘특별한 연주’
치매·파킨슨병 앓는 친구보며 그가 입원한 병원서 매달 공연

 

치매 환자나 그 가족이 아니면서도 치매를 이겨내기 위해 환자들과 함께 땀 흘리는 이들이 있다. 치매 환자들을 위해 매달 부천시립노인병원에서 ‘색소폰 연주회’를 여는 안상순(68)씨, 경남 창원의 요양병원을 돌며 25년째 치매 노인들 몸을 씻기고 있는 유외조(여·73)씨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나이 칠십에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우린 이미 복 받은 사람”이라 했다. 본인이 치매를 앓고 있지도, 치매 환자를 가족으로 두지도 않았지만, 치매는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이웃의 일’이자 ‘우리의 일’이라 했다. 그래서 치매 자원봉사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치매 친구 위한 ‘특별한 연주회’

지난달 25일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부천시립노인병원. 오후 1시가 가까워오자 3~5층 병실에 누워 있던 할아버지·할머니들이 간병인 손을 잡고 1층 주간보호센터로 향했다. 보행기와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거동이 힘든 환자들까지 50여명이 모였다. 이날은 매달 한 차례씩 열리는 안상순씨의 ‘치매 환자들을 위한 색소폰 연주회’가 13회를 맞는 날이다. 그의 연주가 있는 날에는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치매 환자들도 군말 않고 침대에서 일어날 만큼 연주회의 인기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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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희연병원에서 유외조씨가 치매 환자를 목욕시키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달 25일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부천시립노인병원에서 안상순씨(오른쪽)가 연주단원과 함께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다.<br />

 
지난달 27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희연병원에서 유외조씨가 치매 환자를 목욕시키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달 25일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부천시립노인병원에서 안상순씨(오른쪽)가 연주단원과 함께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다. /창원 희연병원 제공, 이덕훈 기자.

 

안씨가 병원에서 색소폰 연주를 시작한 건 이곳에서 지내는 고교 동창 김모(68)씨를 만난 작년 여름부터다. 김씨는 6년 전 치매 판정을 받았고, 곧이어 파킨슨병까지 앓게 됐다. 문병을 온 안씨는 병세가 급격히 악화한 친구 모습을 보고 고개를 떨궜다. 안씨는 “어떤 자리든 분위기를 잘 띄우고 노래도 끝내주게 부르던 그 친구가 종일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 6년 전에 배워둔 색소폰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안씨의 색소폰 연주는 노래방 기계 반주와 함께한다. 안씨가 이날 첫 곡으로 친구 김씨의 애창곡인 ‘갈대의 순정’을 연주하자, 김씨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잡았다. 김씨의 굵고 낮은 목소리가 색소폰 반주와 어우러져 주간보호센터에 울려 퍼지자 다른 환자들도 박수를 치고 어깨춤을 추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김씨의 노래가 끝나자 올해 75세인 강모 할머니가 ‘동백 아가씨’를 불렀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치매 증세가 심해 본인 이름과 주소도 모르고 가족도 못 알아보지만 자신의 ’18번’ 가사는 모니터를 쳐다보지 않는데도 정확했다. 김영숙 요양보호사는 “노래 부르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은 평소에 볼 수 없었던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며 “기억을 다 잊어버렸다지만 이때만큼은 가장 즐겁고 좋았던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 두 곳에서도 연주 봉사를 하는 안씨는 “사람들은 치매 환자가 감정도 느낌도 없는 줄 알지만, 노래 부르고 박수 치는 모습을 보면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된다”며 “앞으로 건강관리와 색소폰 연습 열심히 해서 생이 다할 때까지 치매 환자들을 위한 연주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25년째 치매 환자 씻기는 73세 할머니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희연병원. 올해로 25년째 치매 환자 목욕 봉사를 하는 유외조씨는 병원에 오자마자 씻기 싫어 하는 노인들 설득부터 시작했다. “얼른 씻고 예쁜이 돼야지. 오늘은 제일 예쁘게 씻겨줄게.” 계속 고개를 젓던 한 환자가 결국 30분 만에 유씨를 따라나섰다. 유씨는 “내가 훗날 치매에 걸렸을 때 주변에서 바보 취급 하면 얼마나 속상하겠느냐”며 “설득할 때도, 목욕 중 실례한 환자를 달랠 때도 그들을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씨는 일주일에 6일을 병원 3곳에서 목욕 봉사를 한다. 지난 25년간 거의 거르지 않고 하루 평균 6~7명을 목욕시켰다. 처음 봉사에 나선 건 우연히 찾은 노인병원의 노인들을 보며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유씨는 “부모님 살아계실 적에 이렇게 목욕을 시켜 드리지 못한 게 한이 됐다”며 “목욕 봉사를 하면서 참 많은 아버지 어머니가 새로 생겼다”고 말했다.

유씨는 “목욕하는 어르신을 보면 꼭 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며 “나도 이렇게 아플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 했다. 가끔은 치매를 앓던 노인이 순간 정신이 돌아와 유씨에게 “고맙다”고 말하기도 한다. 두 손을 꼭 잡고 눈물을 뚝뚝 떨구는 환자도 있었다. 유씨는 “사람이 늙고 병드는 건 세상 이치인데 그러기 전에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치매환자 GPS서비스 이용땐 장기요양보험 혜택 적용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치매환자 GPS서비스 이용땐 장기요양보험 혜택 적용

  •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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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05 03:03

복지부, 지난 1일부터 시행
이젠 月2970원이면 대여 가능… 수요 비해 단말기 부족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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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PS 단말기 사진<br />

 

 

지난 2011년 5월 치매 증상이 있는 70대 노인 A씨가 서울 사당역 근처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보호자인 아내가 잠시 편의점을 다녀온 사이 막 도착한 버스에 탄 것이다. 그러나 당시 A씨의 목에 걸려 있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단말기가 아내의 휴대전화로 위치를 전송하면서 실종 사건은 금세 해결됐다. A씨는 1시간 뒤 경기도 안양 근처 파출소에서 아내와 다시 만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부터 치매 환자를 위한 GPS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적용해주고 있다. 급여가 적용되면서 가격 부담이 크게 줄었다. 최근까지는 단말기 값 13만2000원에, 통신료 월 9900원 등 연간 25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했지만, 이번 달부터는 월 2970원만 내면 단말기를 대여해 쓸 수 있다. 단 급여 혜택은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만 받을 수 있다.

위치확인시스템은 기존에도 휴대전화 이동통신사를 통해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휴대전화 시스템은 기지국을 이용해 위치를 찾기 때문에 오차 범위가 넓고, 위치 검색 시간도 오래 걸렸다. 치매 노인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으면 실종 예방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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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환자 실종 막는 GPS 서비스 개요 그래픽<br />

 

 

반면 GPS를 이용하면 오차 범위가 20m 이내로 줄어드는 데다, 위치도 30초~1분 정도면 파악할 수 있다. 단말기 크기도 작고 가벼워 목걸이처럼 목에 걸고 다닐 수 있다. 1시간 또는 2시간마다 위치 정보를 받도록 정할 수도 있고, 미리 설정해 둔 지역을 벗어나면 즉각 위치 정보를 받을 수도 있다.

건강보험공단에는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하루 100통 넘는 문의전화에 응대하느라 하던 일은 손도 못 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신청하는 것이 아직은 불편하다. ▲장기요양 인정서와 ▲복지용구 급여확인서를 갖고, GPS 단말기 제조사인 큐맨의 지방 사업소 7군데 중 한 곳에서 사용계약을 맺어야 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GPS 단말기를 공급하는 회사 숫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의는 전국 건강보험공단 지사(1577-1000)와 건강보험공단 복지용구팀(02-3270-6710, 6718).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치매 환자 돌보고 예방·치료하는 교육, 이젠 정부가 나선다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치매 환자 돌보고 예방·치료하는 교육, 이젠 정부가 나선다

  •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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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05 03:03

정부 주최 첫 치매 워크숍… 11월 1일 서울 백범기념관서

 
 

오는 11월 보건복지부 주최로 치매 전문가와 치매 환자 가족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가 치매 관리 워크숍’이 열린다. 정부가 주최·주관하는 국가 차원의 ‘치매 관련 워크숍’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치매센터는 오는 11월 1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국가 치매 관리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정부는 이번 워크숍을 시작으로 매년 11월 첫째 주 금요일에 국가 치매 관리 워크숍을 열기로 했다.

치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고취하고,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자는 것이 워크숍의 기본 취지다. 이 자리에서는 ‘치매’라는 한 주제를 놓고 치매 전문가와 광역치매센터 운영자, 치매 환자 가족의 다양한 얘기가 오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치매 연구 결과와 학계 최신 동향을, 광역치매센터는 우수 정책 사례와 환자 돌보기 사례 등을 발표한다. 또 치매 환자 가족과 일반인들은 환자 돌보기, 치매 예방과 조기 치료 관련 교육도 받게 된다. 국내 치매 정책의 ‘컨트롤 타워’인 국립중앙치매센터는 이 워크숍을 통해 ‘국가 치매 관리 종합 계획’의 진행 상황과 성과를 매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부가 직접 참여하는 치매 관련 심포지엄이나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호주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2년마다 열리는 ‘호주 전국 치매학회(Alzheimer’s Australia National Conference)’다. 지난 5월 14일부터 17일까지 4일간 호주 호바트시(市)에서 열린 15회 전국치매학회에서는 전 세계 치매 전문가와 치매 환자, 가족 등 800여명이 모여 ‘음악·미술 치료의 효능’등 치매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환자 가족들은 각자의 경험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3년內 치매백신 나올 확률 50%… ‘치매 단백질’ 없애면 완치 가능”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3년內 치매백신 나올 확률 50%… ‘치매 단백질’ 없애면 완치 가능”

  •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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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05 03:03 | 수정 : 2013.07.05 03:26

[18] 치매 권위자 벨라스 前세계노년학회장 本紙 인터뷰

佛치매 임상센터 1680명 대상, 개발중인 3~4개 백신 임상시험… 일부서 치매 예방효과 나타나
기름진 음식·과식은 피하면서 당근·브로콜리·사과 자주 먹고 하루 30분 걸으면 예방에 도움
치매예방식품으로 알려진 은행, 5년 실험해보니 효과 거의없어

 

“3년 이내에 치매 백신이 나올 가능성은 50% 이상이다.”

세계적인 치매 권위자 브뤼노 벨라스(Bruno Vellas) 프랑스 폴 사바티에대학교 내과·노인학과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자신에 찬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벨라스 교수는 “프랑스 툴루즈에 있는 치매 임상연구센터에서 1680명을 대상으로 현재 개발 중인 3~4개 치매 백신의 임상시험을 했다”며 “일부 치매 예방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획기적인 치매 치료제 개발의 밑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벨라스 교수는 지난달 23일부터 닷새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0차 세계노년학회 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다. 1950년 창설된 이 학술대회는 노년학·노인의학 분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전(前) 세계노년학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맡아 알츠하이머 치매에 관한 연구 결과와 전망 등을 발표했다. 폴 사바티에대 치매임상연구소장도 겸하고 있는 그는 지금껏 관련 논문 170여편을 펴냈고, 유럽 치매연구 컨소시엄 총책임자로서 치매 예방을 위해선 적절한 영양 섭취와 식습관 개선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널리 퍼뜨린 주인공이다. 영양 섭취와 식습관의 중요성은 지금은 치매 예방과 치료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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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뤼노 벨라스 전 세계노년학회 회장이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열린 제20차 세계노년학회에서 개회식 환영사를 하고 있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치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조기에 치매를 발견하고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br />

 
브뤼노 벨라스 전 세계노년학회 회장이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열린 제20차 세계노년학회에서 개회식 환영사를 하고 있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치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조기에 치매를 발견하고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1

 

벨라스 교수는 “치매 정복의 첫 출발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국내 치매 환자 54만여명의 71.3%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한 치매다.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세포에 축적되고 결국 뇌세포를 파괴하면서 나타난다. 벨라스 교수는 “이미 PET(양전자 단층 촬영)로 뇌의 어느 곳에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약제 개발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고,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벨라스 교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제거 약제만 개발되면 치매 완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보통 치매는 한번 걸리면 완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치매 초기 기억상실 증상이 나타나고 3년 이내에 치료를 받으면 치매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세포를 완전히 파괴하기 전에 이를 제거할 수 있는 약이 개발된다면 정상 생활이 불가능해지기 전에 치매 진행을 완전히 막을 수 있고, 이것은 곧 치매의 완치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벨라스 교수는 “65세 이상 전체 노인의 36%가 이미 뇌세포에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축적된 상태인데 이 때문에 나타나는 노인들의 기억력 저하도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약이 개발되면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치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치매가 중기 이상 진행되면 뇌세포가 완전히 파괴된 후라 치료약이 있어도 이미 환자 스스로 정상 생활을 하도록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가 강조하는 것이 적절한 영양 섭취와 식습관 개선이다. 벨라스 교수가 가장 추천하는 치매 예방 음식은 ‘오메가3를 다량 함유한 등 푸른 생선’이다. 그는 “등 푸른 생선과 함께 당근, 브로콜리, 오렌지, 사과 등도 꾸준히 먹으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며, 기름진 음식과 과식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벨라스 교수는 식습관과 함께 운동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격렬한 운동보다는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걷는 것을 추천했다.

지난해 벨라스 교수는 그동안 치매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은행’이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그는 “치매에 걸리지 않은 70세 이상 노인 2854명을 대상으로 5년 동안 임상시험을 했는데 은행 추출물을 먹은 그룹과 안 먹은 그룹의 치매 발병률이 4%와 5%로 별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벨라스 교수는 한국의 치매 관리 수준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도 치매 치료 기술은 거의 차이가 없다”며 “한국도 치매 치료에 관한 한 치매 선진국”이라고 말했다.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치매 할머니 연기하면서 그들의 삶 알게 돼… 내가 걸리면 요양시설 맡겨달라 자식들에 당부”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치매 할머니 연기하면서 그들의 삶 알게 돼… 내가 걸리면 요양시설 맡겨달라 자식들에 당부”

  • 사회부=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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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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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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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6.24 02:58

치매환자 단골 배우 김영옥씨
“치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 예방 위해 남편과 자주 산책, 매년 잊지 않고 건강검진도”

 

‘연기 인생 53년’인 배우 김영옥(77)씨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유난히 치매 환자 역할을 자주 맡았다. 1991년 KBS 드라마 ‘옛날의 금잔디’를 시작으로 올 4월 종영한 SBS 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까지 수십 편의 연속극과 단막극에서 치매 환자를 연기했다.

“내 나이 서른하나부터 할머니 역을 맡고 있는데, 치매 환자 연기는 특히 더 힘들어. 아이처럼 서서 오줌 싸고, 정신 줄 놓고… 한 컷 한 컷 연기하다 보면 무당이 굿한 것처럼 진이 다 빠져.”

한때는 계속 들어오는 치매 환자 역할이 탐탁지 않아 사양하기도 했다. 작품마다 치매 환자 캐릭터의 행동이 다르지 않고, 결국 연기도 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생각을 바꿔 준 작품이 바로 노희경(47)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199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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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김영옥씨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본지 특별취재팀을 만나 치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br />

 
배우 김영옥씨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본지 특별취재팀을 만나 치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시한부 암 환자 며느리의 치매 걸린 시어머니 역을 맡아 열연한 그는 “극 중 잠시 정신이 돌아와 시어머니를 목욕시키는 며느리에게 ‘어미야. 그동안 고생했다’며 며느리를 품에 안는 장면이 있다”며 “연기하는 나도 눈시울을 적셨고, 그 작품을 통해 다 비슷한 줄 알았던 치매 환자의 삶이 각양각색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김씨는 이후 치매와 치매 환자 연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렸다. 요양병원을 찾아가 실제 환자들을 만나보기도 했고, 주변의 치매 환자들과도 자주 얘기를 나눴다. 매번 치매 연기를 꼼꼼히 모니터링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치매 환자 역할에 애착이 생겼고, 치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2004년에는 노 작가의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다시 한 번 치매 환자를 연기했다. 최근 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에 출연하면서는 “보호자가 있는 치매 환자라면 긴 머리보다는 파마머리가 훨씬 자연스럽다”며 극 중 헤어스타일을 직접 고르기도 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가 치매 환자를 연기하고 나면 일부 시청자는 “치매를 앓다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난다”며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그는 “치매 환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치매 환자를 연기할 때 더 큰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로 희수(喜壽)에 접어든 그의 주변에도 치매 환자들이 늘었다. 그는 “치매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인 만큼 나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나이쯤 되면 치매 예방을 위해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에 사는 그는 남편과 함께 자주 우면산 인근을 산책한다. 매년 잊지 않고 꼬박꼬박 건강검진도 받는다.

그는 아들딸에게 “만약 훗날 내가 치매에 걸리면 고민 말고 꼭 요양시설에 보내달라”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괜히 불효랍시고 집에서 모시면 아무리 잘 모신다고 해도 식구 모두가 불행해지잖아요. 내가 모아놓은 돈이 요양시설에 맡길 만큼은 될 테니까 좋은 곳에 맡기고 자주 보러와 달라고만 했어요. 물론 치매에 안 걸리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는 요즘 연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다시 한 번 치매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